태국푸잉과 사귀었다가, 결혼까지 생각했다

안녕 부경샵형들?


부경샵 형 동생들 안녕. 나도 부산살아


오늘 난 푸잉과 사귀었다가, 결혼까지 생각했다가, 헤어진 썰을 풀까 해.


헤어진지는 얼마 안 됐어. 대충 한 3개월쯤 됐을라나.


사귄지는 2년정도 됐을 거야. 예전에 동갤 눈팅하며 방타이 준비하던게 새록새록하네.


어설프지만, 술을 마셔서 어쩌면 진솔한 내 이야기가 나올수도 있을 지 모르겠어. 괜찮다면, 스크롤을 내려 나머지 이야기를 읽어 줘.









1.만남.


2년전, 그러니까 2016년이지. 방타이를 하려는 건, 별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어.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출장지가 방콕이라는 것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태국엔 가지 않을 수도 있었을거야.


비즈니스상 방콕에 머물러야 했어. 거래처 사람들과 만나야 했거든.


첫날이 아직도 생생해. 3월 21일, 화요일 새벽.


수안나폼 공항에 내려, 벤에 타고 호텔로 향하던 밤.


창 밖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가장 큰 생각은 역시, 덥다- 라는 생각이었지.


한편으론 불만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아. 아무리 해외라곤 하지만, 나는 동남아시아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택시를 타고 한참 동안 달려서 도착한 곳이 쉐라톤 호텔이었어.


첫날 나는, 정말 멍하니 숙소 창 밖을 보며 지냈던 것 같아. 





둘째날 아침.


거래처 사람을 만나고, 점심을 함께 하고. 급한 일을 해결한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거래처 사람은 태국 현지에 법인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국인이었어.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태국에 오셨으면 좋은 곳 한번 가 보셔야한다고.


하지만 지금 시기가 어느때야? 아무리 해외라고 해도, 접대는 엄연히 금기사항이거든. 나는 정중히 거절했고, 그 사람은 계속 권하고. 진땀을 빼다가 간신히 도망친 후였어.


시간은...... 솔직히 지금와서 명확히 모든 것을 기억하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 즈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 2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어도 말이야. 오후 4시가 조금 넘어갈 시각이었어.


나는 방콕 BTS 역을 통해 쉐라톤 호텔로 들어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백화점에 들어가게 됐어.


동갤형들 정도 되는 짬밥이면 알겠지만, 쉐라톤 호텔은 BTS 역과 이어져 있거든. 근데 그쪽 길이 조금 복잡해서, 잘못 길을 틀면 백화점 쪽으로 들어가기 마련이야.


날은 덥고... 나는 조금 지쳐 있었거든.


그래서 백화점이면 어떠랴, 하고 들어갔던 것 같아. 그리고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땀을 식히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디저트 가게 앞에서 그녀를 만나게 된 거야.


그녀는 뭔가 당황한 얼굴이었고, 나를 보자 이렇게 물었어.


-안녕하세요. 길을 물어봅니다. 출구는 어디인가요?


말투?


어눌했지. 하지만, 중요한 악센트 발음이 훌륭했어. 그래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인 줄 알았지. 


아, 당연히 한국말 말이야.


나는 솔직히 당황했어. 왜냐고?


태국 방콕에서 한국말 쓰는 여자애가 나한테 길을 물어보잖아. 당황하지 않을 재간이 있겠어?


그래서 나도 얼떨결에 대답했지.


-저도 몰라요. 방콕에 온 게 처음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반문하더라.


-방콕에 온 게?


-예. 처음이에요.


-첨예요가 뭐에요?


그때야 깨달았지. 이 여자가 사투리를 쓰는 게 아님을.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Whrer are you from?


그러자, 그녀가 풉 하고 웃더라.


-from here.


-hmm?


영어로 쓰려니 힘드네. 한글로 쓸게.


-태국 출신이라고요.


-아하.


-하지만 방콕에 와 본 건 처음이에요. 


말을 들어 보니, 그녀는 치앙마이 출신이었어. 방콕에 놀러 왔는데, 길을 잃은 것 같더라고.


호텔을 물어봤지.


그러니까.


-쉐라톤 호텔.


이라고 하더라고.


나는 어쩐지 묘한 끌림을 느꼈어.


동갤 형들이 볼 땐, 병신 같을 수도 있어. 말 몇마디 해 본다고 끌림을 느끼다니, 개 병신새끼라고.


하지만 그땐 그냥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나도 쉐라톤 호텔이에요. 그리고, 길을 잃었어요.


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그녀가 깔깔거리며 웃더라. 나는 어쩐지 자신감이 생겼어.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같이 노력해봐요.


그리고 그녀와 함께 백화점을 누비기 시작했지.


돌아다니다 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많더라. 명품숍 가서 구경도 하고, 괜히 관심없는 골프채도 아는 체 해 보고.


그리고 커피숍을 발견해서 앉아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서툰 영어로 나누어 보고 말이야.


그렇게 두어 시간 쯤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호텔에 도착했어.


그녀가 내게 웃으며 말하더라.


-얼마나 있어요, 여기?


-내일 돌아가야 해요.


-아쉬워요.


그녀는 어쩐지 아쉽단 얼굴을 했어. 나는, 그때. 용기를 냈지.


-라인 써요?


-라인 아이디 있어요.


-알려주세요. 친구 해요.


그러니까 그녀는 흔쾌히 라인 아이디를 알려주더라고.


나는 라인 아이디를 등록하고, 제일 먼저 그녀의 프로필을 보았어.


[go to bkk!]


그런 글자가 적혀 있었어. 


원피스를 입고, 산들거리는 긴 생머리를 한 채, 환하게 웃으며 공항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2. 귀국.



그 다음 날.


그녀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녀는 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올 뿐이었어.


어쩐지, 맥이 탁 풀렸지. 사실은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후진 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나는 돌아가야 했어. 비행기 표는 오후 1시 20분이었거든.


그렇게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비행기에 오르게 된 거야.


귀국해서 라인을 확인해도 답장은 없더라. 그냥,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며 넘겨 버렸지.


그리고 약 한달 쯤 지났을까?


이어지는 야근에 피곤과 피로가 잔뜩 쌓여 퇴근하자마자 잠들었던 어느날 새벽이었어.


아마, 새벽 5시 쯤으로 기억해.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났다가 라인에 뭔가가 와 있길래 확인했더니, 그녀의 메시지가 와 있었던 거야.


[안녕! 나, 한국에 왔어.]









....







너무 졸려서 여기까지 쓸게. 술 한잔 했더니, 갑자기 생각이 나서 동갤 형들에게 똥을 싸 버렸어.

그 점에 있어선 사과할게.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말이야.

주변에서는 다 나보고 잘 했대. 태국 여자랑 결혼을 왜 하냬. 미친 줄 알았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지난 2년 간, 그녀와 나는 진심이었어.

그래서, 굳이 이 이야기를 여기에 남겨 봐. 미안. 자러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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